집합건물, 시행사 측 관리인의 횡포와 관리단구성 방해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 부동산전문변호사 이찬승입니다.

 

집합건물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이권이 걸려있기에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되는데요.

 

오늘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정말 최근 집합건물 현장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문제들입니다.

 

아직까지 이 분야 다른 어떤 변호사님들도 이 문제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은 내용일 것입니다.

 

집합건물 관련된 분이시라면, 혹은 내가 구분소유자라면 반드시 읽어보시기를 감히 권해드립니다.

 

 

1. 시행사(분양자)의 입주 초기 관리의무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은 건물이 준공되어 입주하기 전부터 관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용부분의 관리는 생각보다 매우 중요합니다. 공용부분이 관리되지 않으면 전체 집합건물의 기능 자체가 마비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고층 빌딩에 어느 날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채로 수리되지 않는 경우를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집합건물법에서는

 

집합건물의 분양자가 관리단이 관리를 개시할 때까지 건물과 대지 및 부속시설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9조의3 제1항)

 

그런데 최근 집합건물 분양 현장 곳곳에서 위와 같은 규정을 악용하여 시행사가 관리권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2. 시행사의 관리의무를 빌미로 한 관리인 지정 행태

 

첫째, 분양계약 조항에 삽입하는 경우

 

시행사가 집합건물법에 따른 관리의무를 빌미로 분양계약 조항에

 

"시행사가 지정한 관리업체를 관리인으로 함에 '갑'은 동의한다."라는 내용을 넣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갑'은 아직은 수분양자 지위이지만 장래 구분소유자가 되겠지요.

 

둘째, 관리규약 동의서 날인 강요

 

구분소유자로부터 분양계약서 날인을 받으면서 별다른 설명 없이 관리규약에 대한 동의서에도 날인을 함께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관리규약 조항에 마찬가지로 "시행사가 지정한 관리업체를 관리인으로 한다."라는 규정을 삽입해 두는 것이지요.

 

대게 입주시기에 구분소유자들에게 키불출을 하거나 입주 용품을 지급하면서 얼렁뚱땅 관리규약에 동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3. 분양계약서, 관리규약을 꼼꼼히 읽어보는 경우가 없다는 점을 악용

 

사실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관리인을 누구로 지정할지에 관심있거나, 문제의식을 갖는 구분소유자는 거의 없을겁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분양계약서를 보면 돋보기로 봐야 될 정도로 깨알 같은 크기로 적혀있는데, 이걸 일일이 다 읽어보기도 힘들죠.

 

관리규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집합건물 관리규약은 보통 1권의 책으로 만들 정도로 꽤 많은 내용이 들어가는데,

 

그러한 관리규약 내용을 전부 확인하고 동의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특히 분양계약서에 날인을 받으면서 관리규약 동의서도 껴넣으면 구분소유자들은 분양계약서의 일부로 알고 날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마찬가지로 키불출이나 입주용품을 지급하면서 관리규약 동의서에 날인을 요구해도 대부분 입주 확인의 의미로 알고 날인하게 될 것입니다.

 

 

 

 

4. 굳이 왜 그렇게까지 미리 관리인을 지정해두려 할까요?

 

시행사측은 단순히 구분소유자들의 자치관리단 구성을 방해하거나 비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자신들이 원하는 관리업체를 관리인으로 두려고 합니다.

 

시행사측이 지정한 관리인이 없다면 구분소유자들은 용이하게 초대 관리인을 선임하여 시행사 측의 횡포를 저지할 수 있지만, 시행사가 스스로 관리인을 선정해 둔 경우라면 구분소유자들은 집합건물법에 따라 자치관리단을 구성하기 위하여 시행사측 관리인에게 소집청구를 해야하는 불편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시행사측에서는 무리해서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관리인을 지정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5. 시행사의 관리규약을 통한 관리인 지정은 무효로 보아야 합니다.

 

집합건물법 제24조 제3항에 의하면, 관리인은 관리단 집회의 결의로 선임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 판례는 위 집합건물법 제24조 제3항이 강행규정이라고 보았습니다.

 

즉 관리인은 관리단 집회 결의로만 선임할 수 있는 것인지 설령 관리규약에서 관리인을 지정했다 하더라도 이는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것입니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09다4532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