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단집회 위임장, 서면결의서 뭐가 더 유리할까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 부동산전문변호사 이찬승 대표변호사입니다.

 

 

집합건물 구분소유자들의 집단적 의사 결정은 일반적으로 과반의 결의로 합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과반에 이르러야 하는데, 구분소유자의 수도 과반이 되어야 하고, 면적 비율로도 과반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보통결의’ 또는 ‘일반결의’라고도 하는데, 이보다 가중된 의결정족수를 필요로 하는 관리규약 제‧개정 등의 경우 4분의 3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특별결의’라고도 합니다.

 

 

구분소유자들의 집단이 곧 관리단이고, 구분소유자들의 집단적 의사는 구분소유자 한 명 한 명의 의결권 행사로서 이루어지는 관리단 집회에서의 결의로 결정합니다. 구분소유자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은 ① 관리단 집회에 직접 출석하여 행사하거나, ② 서면결의서 또는 전자투표의 방법으로 하거나, ③ 대리인을 통해서 할 수 있도록 집합건물법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집합건물의 경우 관리단 집회에 직접 출석하는 구분소유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입주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소집되는 첫 관리단 집회는 그나마 관심을 얻지만 입주한지 4~5년만 지나도 대부분의 구분소유자들은 관리단 집회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되기 쉽습니다. 다들 바쁘고 정신없이 사는 세상이기도 하지만 아파트와 달리 구분소유자의 실거주 비율이 매우 낮은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와 같은 집합건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어떤 결의 안건을 목표로 관리단 집회를 준비한다면 미리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서면결의서나 위임장 등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서면결의서와 위임장 둘 중에 어떤 것을 받는게 더 나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상황에 따라 충분히 고민해보고 결정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서면결의서는 구분소유자가 어떠한 결의 안건에 찬성할지 반대할지 여부를 직접 결정해서 작성하게 됩니다. 이에 비하여 위임장은 찬성할지 반대할지 여부에 관한 결정 권한을 대리인에게 맡기는게 일반적입니다. 그렇다보니 구분소유자 입장에서 위임장 작성에는 다소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집합건물법 시행령에서는 특정 대리인이 전체 구분소유자의 과반을 대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리인을 여러 명으로 해서 위임장을 수령해야하는 번잡함이 있습니다. 물론 과반 결의를 얻어야 하는 사안이라면 정확히 절반의 수만큼을 위임 행사하고, 대리인 본인도 의결권 있는 구분소유자라면 본인이 갖는 1개의 의결권 행사로 ‘절반+1’ 의결수를 총족할 수도 있겠지만 리스크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위임장, 즉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만약 해당 대리인이 불출석하거나 어떤 이유로 예상과 다르게 의결권을 불행사 또는 반대한다면 위임장을 작성해준 전체 구분소유자의 의결권 행사를 잃게되는 위험도 있습니다.

 

 

한편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는 경우에도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관리단집회 결의 전에 서면결의서를 사전 집계할 경우 이를 위법하게 보거나, 집회소집통지 전에 서면결의서를 받는 것을 위법하게 보는 일부 하급심 판단에서 비롯된 리스크가 가장 크다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 사견으로는 오히려 이러한 일부 하급심의 판단이 과연 옳은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우선 집합건물법에서 서면결의서의 징구 시기에 관해서 제한한 바가 전혀 없습니다. 물론 서면결의서가 지나치게 장기간에 걸쳐 징구되어왔다면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겠지만(이에 관해서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단순히 집회소집통지가 있기 전부터 서면결의서가 징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구분소유자의 의결권 행사 방법 중 하나라는 측면에서 위임장과 서면결의서를 딱히 달리 볼 이유가 없는데 유독 서면결의서의 경우에만 집회소집통지 전 징구를 문제삼을 논거도 부족합니다.

 

 

모쪼록 결의 관련 서류를 서면결의서 형식으로 할지, 위임장 형식으로 할지 여부는 매 집합건물 현장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심도있게 고민하여 결정해야 할 사항입니다.

 

 

집합건물 관련해서 담당하는 변호사분들 중에도 생각보다 이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러나 실제 구분소유자들로부터 결의 관련 서류가 징구되는 속도와 결과를 보면 사소하게 보이는 부분이 큰 차이를 만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