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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의 부동산전문변호사 이찬승 변호사입니다.
명도소송과 명도단행가처분은 다릅니다. 우선 ‘명도청구’는 쉽게 말해 건물을 비우고 넘겨달라는 거죠. 사실 ‘명도’는 일본식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법원에서도 이제는 ‘인도’라는 표현을 씁니다. 암튼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명도소송과 명도단행가처분의 차이는 일반적인 소송(본안소송)과 우선 임시로 급하게 구하는 가처분과의 차이와 같습니다. 명도소송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임대차계약 종료로 임차인을 내보내야 하는데 임차인이 나가지 않으면 임대인은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반적인 소송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임대인에게 있어서 시간은 곧 돈이죠. 그러다보니 본안소송이 끝나기를 기다리기에는 임대인 입장에서 피해가 크기 때문에 우선 임차인을 나가게 해달라고 급하게 구하는 것이 명도단행가처분인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명도단행가처분’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사건마다 그 세부적인 내용과 쟁점이 각양각색이다보니 사건의 종류만으로 쉽다, 어렵다 구분을 짓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명도단행가처분은 실제로 그 인용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그럴까요?
‘명도단행가처분’이라는 명칭 안에 그 답이 있습니다. 소송은 그냥 명도소송이라 하는데 가처분은 왜 유독 명도단행가처분이라 할까요. ‘단행(斷行)’이란 표현에서 비가역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뭔가를 ‘단행했다.’라고 하면 한 번 행한 것을 돌이킬 수 없거나 적어도 돌이킬 가능성이 매우 적은 경우를 말합니다. 명도가 그러합니다. 일단 임차인을 내보낸다는 것은 주택이 되었건 상가가 되었건 그 곳에 있는 임차인과 동반자(가족, 직원 등)는 물론 모든 집기까지 그 곳에서의 삶을 송두리째 내보내는 것입니다. 행여 나중에 내보낸게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그 임차인이 다시 돌아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가처분을 ‘만족적 가처분’이라고도 합니다. 가처분만으로 사실상 본안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같은 결과를 얻는 것이죠. 그러니까 명도단행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사실 본안소송인 명도소송을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이렇듯 명도단행가처분이 인용되면 임차인은 사실상 제대로 된 재판을 통해 다퉈볼 기회를 가질수가 없습니다. 가처분은 그 절차상 재판이 여러 차례 이뤄지지도 않습니다. 많아야 2~3번인데 대부분 1회 심문기일로 끝납니다. 게다가 본안소송처럼 2심, 3심까지 다툴 기회도 없습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바로 명도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쫓겨난 임차인이 가처분에 항고, 이의할 실익이 거의 없습니다.
이에 비해서 임차인이 입는 손해는 매우 큽니다. 물론 위법한 명도일 경우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권리가 있으니 금전적으로 배상받을 수는 있겠지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분명히 남습니다. 주택이었을 경우 주거의 안정이 침해되고 상가였을 경우 직업 선택의 자유, 경제 활동이 침해됩니다. 이는 전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명도단행가처분’은 인용받기 쉽지 않습니다. 몇몇 의뢰인분들 중에는 ‘다른 변호사님은 명도단행가처분으로 빨리 끝낼 수 있다는데요.’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그러한 상담내용은 의뢰인을 현혹하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임차인이 항변할 만한 법적인 권리가 전혀 없다거나 임차인이 별다른 대응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 명도단행가처분을 고려해야겠지만, 이미 임차인이 소송에서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면, 게다가 쟁점이 될만한 요소가 하나라도 있다면 섣불리 명도단행가처분부터 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소송 전략적으로 쥐고 있어야 할 패를 가처분에서 모두 드러내고 게다가 가처분 패소로 일단 기가 꺾인채 싸움을 시작해야될 수 있습니다. (가처분 소송비용도 부담해야겠구요) 명도단행가처분의 어려움을 사실대로 상담드리고 차라리 명도소송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끝낼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의뢰인을 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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