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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법률정보

수사기관(경찰) 첫 조사

이찬승 변호사 2024. 6. 20. 10:52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의 이찬승 대표변호사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민사사건 관련된 주제를 다뤘습니다. 아무래도 집합건물, 건물하자, 임대차 등 부동산 사건을 전문으로 하다보니 관심 주제도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네요. ‘변호사에 맡겨야 하는 솔직한 이유시리즈도 처음에 소개했던 것처럼 대부분 민사 관련 주제 위주로 예정하고 있었는데요.

 

 

수사기관(경찰) 첫 조사’, 이것만큼은 반드시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를 분명하게 아실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다루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수사기관(경찰) 첫 조사

 

 

형사 범죄사건은 수사기관, 즉 경찰 조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사법경찰이 수사를 하고 그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사건을 수사자료와 함께 검찰로 송치합니다. 이후 담당 검사도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증거자료가 충분히 수집되었으면 공소장을 작성하여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고 그렇게 형사 재판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게 증거라는건 이제 다들 아실겁니다. 민사던 형사던 사건의 종류를 떠나 재판은 곧 증거싸움입니다. 그런데 형사 사건에서의 증거는 민사에서와는 조금 다른, 주의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조서 형사사건의 주요증거

 

 

바로 조서라는 증거입니다. 조서는 수사기관인 경찰이나 검사가 피의자(쉽게 생각해 용의자라 생각하면 되고 형사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됩니다)에게 물어보고 그 답변, 즉 진술을 받아적은 것으로, 정확히는 피의자신문조서라고 합니다. 한편 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하는 고소인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고소인진술조서를 받습니다. 고소장을 작성해서 제출했어도 조서를 작성해야 고소인의 진술을 증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범죄 피해자인 고소인이건,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이건 간에 수사기관인 경찰에서의 첫 조사에서 조서를 작성하는 것이죠. 이러한 조서를 작성하는 조사 과정은 수사관이 질문하고 여기에 대답하면 그 질문과 답변을 전부 받아 적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꽤 시간이 오래걸립니다. (보통 간단한 사건도 2시간 가량 걸립니다.) 그런데 주의해야할 점은 이 조서가 꼭 내가 진술한대로 기재되는건 아니라는 겁니다. 말로 진술한 내용이 글로 적히는 과정에서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의도치 않게 오해할만한 내용으로 작성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의뢰인분들이 경찰서에서 첫 조사를 받고 난 후 상담을 요청합니다. 아무래도 첫 조사에서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뒤늦게 사태를 바로잡고자 변호사를 찾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의뢰인이 첫 조사에서 진술한 조서를 보면 의뢰인이 말한 것과는 다르게 작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조서 말미에는 내용에 이상이 전혀 없다고 의뢰인이 서명하였고 무인(지장)까지 찍혀있습니다.

 

 

우리나라 형사 재판은 여전히 조서 위주의 수사와 증거로 이루어집니다. (학계와 실무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큰데 나중에 기회되면 다뤄보겠습니다) 조서는 재판의 결과인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되는데, 판사님은 의뢰인의 진술을 직접 듣는게 아니라 글로 적힌 것을 보는 것 뿐이죠.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조서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라던가 혹여 오해가 될 만한 내용은 곧바로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사기관의 첫 조사에 변호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의뢰인의 편에서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라던가 중요한 내용에서 오해를 일으킬만한 진술을 정정해줄 수 있는건 동석한 변호사뿐입니다. 정작 의뢰인 본인은 모르고 넘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조서가 다 작성된 후 마지막에 진술한대로 내용이 적혔는지 확인을 하는데 이 때 변호사가 읽어보고 다시 한 번 꼼꼼히 정정하는 것은 정말이지 마지막 기회입니다. 한 번 그르친 수사기관의 첫 조사에서 작성된 조서는 이후 고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첫 조사에서의 진술은 담당 수사관이 사건을 바라보는 방향을 가르기도 합니다.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는 말이 이보다 더 절실할 수 없는 것이죠. 일단 첫 조사 받아보고 변호사와 상담해야겠다고 했을때는 자칫 8할은 이미 그르친 상황일 수 있다는 점 부디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