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명의대여, 가족간에도 조심해야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의 이찬승 변호사입니다.

 

 

타인의 명의를 빌리거나, 타인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를 생각보다 많이 보게 됩니다. 아무래도 법률 분쟁을 다루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긴 한데요. 그 말인 즉, 명의대여로 인해서 실제로 많은 분쟁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명의대여를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 떳떳할만한 이유는 찾기 어렵습니다.

 

 

부동산이나 금융 거래에 있어서는 부동산실명법, 금융실명법이 시행된지가 꽤 오래되었고, 그에 따라 나중에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는 리스크가 매우 크다는 인식도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서 그나마 명의대여를 쉽게 여기지 않습니다. 반면 오늘 다루고자 하는 사업자 명의대여의 경우는 여전히 빈번합니다. 사업자 명의대여도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법인인 주식회사의 실질적인 운영자, 대표자가 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에 제3자를 등기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흔히 ‘바지사장’이라고 일컫는 경우죠. 개인사업자인 경우에도 사업자등록증상 대표자를 제3자로 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사업자 명의대여의 경우 가족 명의를 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낸다거나, 친인척을 대표이사로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사업상 문제가 발생하면 이러한 명의대여 관계에도 문제를 미치게 됩니다. 최근 수행한 사건에서 바로 그러한 문제로 소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뢰인A는 몇 년 전 친한 지인이었던 B의 부탁으로 B가 물류사업을 하고자 설립하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 명의를 빌려주었습니다. 당시 B는 A에게 사업내용을 상세히 설명하였고 A가 보기에도 문제될 부분은 딱히 없어보였습니다. 그런데 B가 운영하는 회사는 날로 경영상태가 악화되었고 결국 법인세와 직원들의 원천징수세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한채 폐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국세청에서는 대표이사로 되어있는 A에게 조세 채무를 부과하였습니다.

 

 

 

 

위 사건에서 의뢰인 A는 자신은 실제 대표이사가 아님을 이유로 조세 채무를 면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습니다. 과세 당국에서는 상업등기(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로 되어 있는 것을 신뢰한 것이고 실질과 다르다는 A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기가 어렵습니다. A가 부과된 조세 채무를 납부한 뒤에 B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는 있을지언정 곧바로 조세 채무를 B가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조세 채무를 면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개인사업자 명의를 빌려준 경우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을 하도록 허락한 자는 거래 상대방에 대하여 타인과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습니다(상법 제24조). 만약 내 명의로 타인이 사업자등록을 내고 사업을 하다가 거래대금 등 채무를 지게되면 채권자로부터의 청구를 막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명의대여는 항상 많은 문제와 분쟁을 야기합니다. 둘도 없이 좋은 관계에서 선뜻 명의를 빌려주었다가 결국 원수지간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장 좋은건 애초에 명의를 빌리거나 빌려주지 않는 것이겠지만, 혹여 이미 명의대여를 했다면 아직 문제가 터지기 전이라면 서로 좋게 얘기해서 실제 명의자로 바꾸시기를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