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의 이찬승 변호사입니다.

 

 

 

 

민사소송법 제5편에서는 독촉절차로 지급명령 신청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률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기에는 괜히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니 쉽게 설명드리면, 지급명령 신청은 보통 금전()을 청구하는 경우 채무자인 상대방이 다툴 이유가 전혀 없어보이거나, 다툴 여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됨에 비해 빠른 집행권원을 확보하여 집행하고자 하는 경우 고려해볼만 합니다.

 

 

채권자가 아무리 채무자에게 받을 돈이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고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되더라도 곧바로 채무자의 재산에 강제로 집행하여(예를들어 경매) 채권을 회수할 수는 없습니다.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하려면 집행권원이라는 것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집행권원이 바로 승소 판결문인데, 보통 승소 판결문을 받으려면 아무리 사소한 소송이라도 짧게는 2, 길게는 6, 1년까지도 걸릴 수 있습니다. 채권자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집행권원을 확보하여 강제집행으로라도 채권을 회수하고자 지급명령을 신청해 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지급명령 신청은 우선 채무자의 주소를 알고 있거나 알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당장 채무자의 주소를 모르더라도 채무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를 알면 법원으로부터 보정명령을 받아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확보할 수도 있는데, 그 주소지에도 채무자가 실제로 거주하지 않아 지급명령결정문을 받아 볼 수 없다면 말짱 꽝입니다. 지급명령은 공시송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채무자에게 지급명령결정문이 송달되어야 합니다. 즉 채무자에게 지급명령결정이 송달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애초에 일반 소장을 접수하는게 더 낫습니다.

 

 

또한 지급명령은 채무자가 그 결정문을 받고 이의하면 아무런 법률적 효과가 없습니다. 그리고 채무자가 이의하는데 아무런 근거나 이유를 필요로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채무자가 지급명령결정을 받고 2주 안에 이의하기만하면 지급명령결정은 효력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지급명령을 신청해보면 그 채무자 중 대부분은 일단 아무 이유나 근거를 적지 않은채 그저 이의신청서를 내더라구요. 많은 의뢰인분들께서 채무자가 이의할 이유가 없다고 하시다가 그렇게 이의신청서가 들어오면 상당히 황당해하시면서 기가 차 하십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십니다만, 사실 오늘 다루고자 했던 핵심은 지급명령에는 기판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판결을 통해 승소한 채권자나, 지급명령결정을 확정받은 채권자 모두 그 집행권원에 기해 강제집행을 할 수는 있습니다. 여기에 채무자 입장에서도 법적으로 불복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해서 채권자의 강제집행에 관해서 다툴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그 강제집행의 집행권원이 승소 판결문이라면 판결에서 이미 다뤄진 사실관계를 청구이의 소송에서 다시 다툴 수 없습니다. 오로지 판결 이후(정확히는 사실심 변론종결일 이후)의 사실관계만 다툴 수 있는데, 예를들면 판결에 패소하기는 했지만 나도 가지고 있는 채권이 있어서 상계하겠다거나, 판결 이후 서로 합의했다거나, 변제했다거나, 채권이 소멸시효로 완성되었다는 등의 주장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지급명령결정은 법원의 판단을 받은 결과로 나온 집행권원이 아닙니다. 그렇기때문에 만약 채무자가 본격적으로 그 채권에 관해서 다시 다투려고 한다면 사실상 청구이의 소송을 통해 다퉈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급명령결정에 이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어느정도 채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겠으나 이는 법원의 심리에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은 결코 아닙니다. 이러한 차이를 분명히 알고서 지급명령을 신청할지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송을 통해 승소 판결을 받을지 잘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속전속결이 능사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