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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 대표변호사 이찬승 입니다.
중요한 정보들이 많으므로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집합건물법이 2012. 12. 18. 개정되기 전까지 구분소유자가 아닌 점유자에 불과한 세입자(임차인)는 구분소유자들의 단체인 관리단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어찌보면 관리단이 구분소유자들의 단체인 만큼 임차인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단편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는게 임차인은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를 낼 뿐만 아니라 실제 입주하여 건물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구분소유자보다도 더 건물의 관리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관리단의 의사 결정에 참여해야할 실질적인 필요성이 있습니다.
특히나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아파트와 달리 집합건물법만을 적용받는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은 대부분 임대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소유하는 경우가 많아 임대 비율이 높고, 따라서 임차인이 전체 입주민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정작 구분소유자들은 월세 수입 등 임대 수익만 나온다면 사실 크게 신경쓸게 없다보니 건물의 전반적인 관리 운영실태에는 별 관심이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과거 일반 집합건물에서 관리단을 구성하기조차 힘들었고 그로 인하여 관리 운영실태가 방만해지거나 속칭 오피스헌터라고 하는 자들에게 먹잇감이 되어 관리권한을 장악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하였습니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여러 문제와 불합리한 실태를 해결하고자 2012. 12. 18. 미흡했던 집합건물법 규정 상당 부분이 대대적으로 개정되었고 임차인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구분소유자와 마찬가지로 관리단이 결정하는 모든 사안에 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구분소유자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 아닌 것들에 관해서는 임차인도 대부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게 바로 관리인 선임에 관해서 임차인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집합건물법에서 임차인에게 관리인 선임에 관한 의결권을 부여하는 규정을 두긴 했는데 그 해석이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현행 집합건물법 제24조 제4항은 “구분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전유부분을 점유하는 자는 관리단집회에 참석하여 그 구분소유자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바로 ‘관리단집회에 참석하여’라는 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임차인은 관리인 선임 결의시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관리단집회에 참석하여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구분소유자는 관리단 집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또는 대리인을 통하여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38조 제2항에서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임차인도 굳이 서면 또는 전자적 방법, 대리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를 못하게 막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앞서 본 제24조 제4항에서 ‘관리단집회에 참석하여’라고 정한 바람에 분쟁이 되고 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24조 제4항 해석에 관해 법원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대법원 판례는 아직까지 없습니다만,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임차인의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위 판결에서의 사안은 관리단집회를 실제로 개최하지 않고 집합건물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오로지 서면결의서로만 집회를 갈음하여 결의한 경우였습니다. 그래서 위 판결 이유에서도 집합건물법 제41조 제1항에서 서면결의의 주체를 구분소유자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삼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관리단집회를 개최한 경우 임차인이 서면결의서를 제출하였다면 법원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제가 진행한 소송에서는 십중팔구 임차인의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법원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한 사견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임차인은 반드시 집회에 출석하여서만 의결권 행사 가능하다면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도 불가하다는 것일까요?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면 우선 임차인이 의결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 규정이 이미 집합건물법에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집합건물법 제37조 제3항에서 구분소유자가 동일한 전유부분의 임차인이 여럿인 경우 그 중 의결권 행사할 1인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하나의 전유부분에 임차인이 여럿인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대표로 1명을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임차인 중 대표로 1명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그 1명이 다른 임차인들에 대해서는 대리인의 법리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또한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면 만약 법인인 임차인인 경우는 어찌해야 할까요. 법인인 경우 그 대표자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대표자의 의결권 행사 또한 대리행위와 다를 바가 없고 민법에서도 대표자의 행위에 관해서는 대리에 관한 법리를 상당부분 차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임차인의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마저도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임차인의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가능한데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만 불가하다고 보아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과연 있을까요? 오히려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보다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가 더욱 직접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인데 말이죠.
만약 임차인의 대리인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가능하지만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불가능하다고 본다면 실무상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됩니다. 관리단 집회에 의결권을 행사하고자 위임장을 제출한 임차인의 의결권은 인정되고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임차인의 의결권은 배제하여야 하겠죠. 실질적으로 서류 명칭만 달리할 뿐 의결권을 행사하고자 한 의사는 다를 바 없는데 이런 괴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 자체는 집합건물법 개정시 관련 규정 문구를 정함에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집합건물법 제24조 제4항의 ‘관리단집회에 참석하여’를 ‘관리단집회에서’ 또는 ‘관리단집회에 관하여’ 정도로만 하면 되었을텐데, 굳이 ‘참석하여’라는 사족과도 같은 표현을 넣어서 해석상의 문제를 초래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어찌되었건 현행 집햅건물법 규정 문구의 애매함으로 인하여 임차인의 서면을 통한 의결권 행사 관련해서는 매 소송에서 치열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참석’이라는 표현이 반드시 ‘출석’과 동일한 의미라고 볼 것은 아닙니다. 집합건물법에서도 점유자의 의견진술권 등에서는 ‘출석하여’라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관리단집회에 참석하여’는 ‘관리단집회에서’, ‘관리단집회에 관하여’ 정도로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해석함이 그간 집합건물의 관리,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배제되어왔던 임차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개정한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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