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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의 이찬승 변호사입니다.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위반한 경우 그 손해배상 책임에 관해서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은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한 경우 매수인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함으로서 계약금만큼 손해배상을 해야하고, 반대로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매도인에게 계약금이 귀속되게 됩니다. 이 경우 계약금은 위약금으로서 민법 제398조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398조 제2항). 그러다 보니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매대금의 10%에 상당하는 계약금이라면 적당하다고 보지만, 이를 넘어서 계약금을 지나치게 높게 잡고 계약 위반시 이를 위약금으로서 주장하면 법원이 위 민법 규정에 근거하여 감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계약 당사자가 계약의 구속력을 강하게 하고자 애초에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높게 책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사자간에 서로 합의하에 손해배상액을 높게 정하겠다는데 이를 잘못되었다고 볼 이유도 딱히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계약은 사적 자치의 영역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반드시 계약을 지키기로 했으면서 계약을 위반한 자가 나중에 소송에서 손해배상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한다면 이러한 주장을 들어줘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계약은 지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계약을 지키지 않은 자를 보호해줘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우리 법원은 계약이건 일반 불법행위이건 손해배상에 관해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민법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이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부당하게 과다한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매우 엄격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제 사견과는 달리 어쨌든 계약 위반에 관해 단순히 ‘위약금’이라고 정했다가는 향후 소송에서 감액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다보니 알만한 사람들은 계약 위반시 손해배상책임을 정하면서 ‘위약금’이 아닌 ‘위약벌’로 명시합니다. 위약벌은 위약금이 아니므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될 수 없고 그러한 이상 법원이 감액할 근거가 없습니다. 계약 당사자간 손해배상책임으로 위약벌을 정했다면 이는 서로 징벌적, 제재적 의미에서 손해배상책임을 지기로 정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위약벌’은 원칙적으로 감액해선 안됩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위약벌’ 마저도 사실상 감액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손해배상에 관대한지 모르겠습니다. 법원이 위약벌을 감액하는 근거는 과거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감액할 수 있다는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는 것이었는데, 다행히도 이에 관해서는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위약금이 아닌 위약벌에 대해 위 규정을 유추 적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2018다248855, 248862, 종전 대법원 판결 입장을 재확인한 취지로 보임). 그럼에도 또 하나 감액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데, 바로 ‘위약벌’ 규정이 공서양속에 위반될 정도이면 일부 무효라고 보는 것입니다.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간 계약의 자유가 있지만, 그러한 사적자치도 공서양속에 반할 정도라면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는 매우 엄격하게 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공서양속 위반이라는 근거가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사적자치의 원칙을 쉽게 훼손해버릴 수 있습니다. 만약 계약을 위반하면 위반한 당사자의 신체 일부를 훼손하기로 한다는 등 무시무시한 계약 내용을 정했다고 합시다. 이런 내용은 당연히 공서양속 위반이라고 보아야겠죠. 하지만 위약벌로서 징벌적, 제재적 의미에서 배상해야할 금액을 높게 정하였다면 금액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보아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대법원은 위약벌의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당사자 일방이 독점적 지위 내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체결한 것인지 등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위약벌 약정을 하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위반 과정 등을 고려하는 등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단순히 위약벌 액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무효라고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다239324 판결).
계약은 지켜져야 합니다(PACTA SUNT SERVANDA). 그리고 반드시 지켜져야 할 계약의 구속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 당사자간 위약벌 약정을 하였다면 법원 또한 이를 충분히 존중해줘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사적자치이고, 오히려 이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계약 위반자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뿐입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계약 체결시 손해배상에 관한 규정이 있다면 그것이 단순히 위약금인지, 위약벌인지 심도있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위약벌이라면 내가 계약을 위반했을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지, 그 정도로 계약을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나에게 있는지 잘 따져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계약 당사자인 사인으로서 자치적으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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