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의 이찬승 변호사입니다.
법원에서 재판을 하게 되면 ‘조서’라는 것을 작성합니다. 법원사무관님께서 조서를 작성하는데 어떤 사건인지 누가 재판에 출석하였는지와 진행된 내용을 간략히 기재하기도 합니다. 일종에 재판 당시에 있었던 사실을 간단히 메모한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민사 재판은 ‘변론’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재판 기일을 변론 기일이라고도 하죠. 변론 기일에 재판 내용이 적히는 조서는 ‘변론 조서’, 조정 기일에 조정의 내용을 적는 조서는 ‘조정 조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러한 조서의 기재 내용을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런게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변호사들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재판(변론)이나 조정 이후 조서를 꼭 살펴보는건 아닙니다.
그도 그러할 것이 조서를 봐도 특별하게 적힌 내용이 없습니다. 그나마 관심갖고 볼 만한 내용이 그날 재판이나 조정에서의 진행 내용일텐데, 고작 적힌 내용이라고는 ‘원고 대리인 0000. 00. 00.자 준비서면 진술’ 이런 정도입니다. 간혹 특별하게 조서에 남겨야 할 사항이 있는 경우 “원고 대리인 ~~~라고 진술” 이런 식으로 기재되는 경우도 있고, 원고나 피고의 변호사가 상대방의 진술을 조서에 남겨달라고 요청하여 진술 내용이 남겨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특별한 경우 아니면 별로 신경쓸 일 없는 조서가 어마어마한 효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변론조서에는 법원사무관 등이 변론의 요지를 기재하되 자백에 관한 사항은 특히 명확히 기재하여야 하며, 그 조서에는 재판장이 기명날인하고 이해관계인은 조서의 열람을 신청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음에 비추어(민사소송법 제143조 제1호, 제146조), 변론의 내용이 조서에 기재되어 있을 때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내용이 진실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강한 증명력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62254 판결)
그다지 특별한 내용도 없는 조서가 그 기재 내용에 강력한 증명력이 있어봤자 뭐가 중요할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최근 이 부분이 문제가 된 사건이 있어서 각색하여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의뢰인 A는 어느날 갑자기 모든 은행 계좌의 출금이 막히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B가 A의 계좌에 압류를 한 것이었는데 A는 B가 누구인지도 전혀 모릅니다.
심지어 B는 A에 대해 승소한 판결까지 있었습니다. A는 B와 소송이 있었는지, 패소했다는 사실 조차 전혀 몰랐는데 말이죠. 알고보니 과거에 A의 명의를 도용한 C가 B에게서 거액의 채무를 지게 되었고, B는 채무 명의자인 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C는 굳이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A모르게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을 했다가 패소하였던 것입니다. 결국 A는 소송이 있었던 것도 전혀 몰랐고 A가 직접 변호사를 선임하 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재심을 청구하였고 재심 과정에서 실제로 A는 전혀 재판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객관적인 자료들을 제출하여 거의 승기를 잡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소송에서 작성된 조서 중에 A 본인이 출석했다고 잘못 기재된 부분이 있었던 것입니다.
사안에서 본 것처럼 A가 과거 재판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특히 조서에 A 본인이 출석한 것으로 잘못 기재된 당일 A가 해외 체류 중이었다는 객관적인 증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판사님은 위 대법원 판례와 같이 조서에 기재된 내용에 강한 증명력을 갖는다는 점 때문에 난색을 표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할까요? 의뢰인A로부터 위 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 비츠로는 법원에 조서경정신청을 하였습니다. 잘못 기재되었음이 분명하다 하더라도 일단 조서 기재 내용에 강한 증명력을 갖는다면 조서 자체를 고치면(경정) 되니까요. 다만 한 가지 의문은 들었습니다. 위 판례 내용을 잘 살펴보면 조서 내용 중 강한 증명력을 갖는다는 부분은 ‘변론의 내용’입니다. 과연 당사자의 출석 여부가 변론의 내용일까요?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당사자의 출석 여부에 관한 기재까지도 강한 증명력을 갖는다고 볼 이유가 있을까요? 어쨌건 변호사로서는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서 소송상의 모든 불안 요소를 제거해야합니다. 조서경정신청, 조서에 기재된 내용의 강력한 효력을 결코 간과해선 안됩니다.
'부동산 법률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약벌(손해배상) 법원도 함부로 감액할 수 없다! (1) | 2023.11.28 |
---|---|
민사재판, 그들만의 리그? (1) | 2023.11.23 |
자치관리단! 주어진 기간은 단 3개월입니다. (2) | 2023.10.26 |
시행사(신탁사)지분이 50%에 달하는 경우 자치관리단 구성 문제 (0) | 2023.10.24 |
명도소송, 망설이는 시간이 곧 돈입니다. (1) | 2023.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