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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의 부동산전문변호사 이찬승 변호사입니다.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등 집합건물을 분양받아 입주할 때 그 설레는 기분, 비록 처음 내 집 마련할 때만큼은 아닐지라도 절대 부족할리 없습니다. 그런데 신축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입주할 때와는 다르게 집합건물은 입주시에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집합건물의 경우 입주할 때 시행사와 관리대행업체에서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꼼수라는 표현까지 쓰는건 그만한 이유가 다 있습니다. 그 꼼수라 함은, 수분양자들 즉 구분소유자들로부터 관리규약동의서내지 위탁관리계약동의서등에 서명, 날인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게 왜 문제일까요?

 

 

집합건물의 건축 시행사와 초기 관리업체는 구분소유자들이 자치 관리단을 구성하는 것을 굉장히 경계합니다. 아니 자치 관리단 구성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미 수차례 강조해왔지만 또 강조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구분소유자들의 자치 관리단이 구성되면, 즉 초대 관리인이 선임되어 실질적으로 자치 관리단이 구성되면 시행사나 초기 관리업체의 관리 권한은 상실됩니다. 그런데 이를 피하고자 시행사나 초기 관리업체에서 임의로 관리인을 선임하거나 관리업체의 위탁관리계약에 구분소유자들의 동의를 미리 얻어놓으려고 합니다.

 

 

 

1. 분양계약서에 관리인을 지정하는 경우

 

판례 중에 집합건물 분양계약서에서 건축주를 관리인으로 하기로 정하였고, 해당 계약서가 작성되었다면, 관리인 선임을 관리단 집회 없이 전체 구분소유자 4/5이상의 서면결의에 의해서도 할 수 있으므로 적법하게 관리인으로 선임된 것으로 본다고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후 수많은 집합건물 건축 시행사들이 분양계약서에 관리인을 최초 관리업체로 지정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지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의 어느 지방법원에서도 분양계약서에서 관리인을 관리업체로 지정한 것을 유효하게 보는 황당한 판단을 내린 재판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분양계약서는 약관으로서 이러한 조항은 약관규제법에도 위반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위 판례에서는 전유부분이 9개 남짓인 집합건물로 약관으로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또한 대규모 집합건물의 경우 대부분 분양계약 체결 이후 실제 입주시기는 짧게는 1~2, 길게는 3~4년 이후인데, 수 년 뒤에나 선임하게 될 관리인을 분양계약당시 선임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 내용에 구분소유자들이 서명, 날인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과연 유효한 결의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2. 관리규약에 관리인을 지정하고 관리규약 동의서를 받는 경우

 

분양계약서에 관리인을 지정해봤자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최근에는 시행사 및 관리업체에서 관리규약을 임의로 만들고 그 안에 초대 관리인을 관리업체로 한다는 조항을 삽입하고는 입주시 관리규약 동의서를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입주시 관리규약 동의서를 받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체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어떤 서류를 징구하기에 입주시기만큼 좋은 기회가 없습니다. 게다가 관리규약 동의서를 마치 다른 입주확인서와 같이 필수적으로 서명, 날인해야 하는 서류인 것처럼 살며시 끼워넣어 서명, 날인을 받습니다. 대부분의 구분소유자들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서명, 날인하게 마련입니다. 실제로 저도 오피스텔을 분양받아 관련 서류를 작성하러 간 적이 있는데 거기에 관리규약 동의서가 끼워져 있었습니다. 제가 관리규약 내용이 뭔지도 모르는데 여기에 어떻게 동의하나?”라고 묻자, 담당자가 당황하면서 꼭 서명해야하는 서류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주위를 살펴보니 저처럼 서명, 날인을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앞서 본 분양계약서야 사실 관리인 지정 같은 문제되는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서명, 날인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분양계약 자체를 거부해야 할테니 말이죠. 그러니 이를 결의로서 보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사실 서명, 날인했다 하더라도 약관규제법의 문제라던가 의결권 행사로서의 효과가 있다고 보긴 어차피 어려워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관리규약 동의서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관리인 지정뿐만 아니라 관리규약에는 구분소유자 및 입주민들의 권리, 의무 관계에 관한 모든 내용이 담기게 마련인데, 관리규약 내용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채 동의했다가는 내 재산권에 어떤 피해가 오게 될지 모릅니다.

 

 

3. 관리계약 동의서를 받는 경우

 

물론 관리규약 동의서를 받더라도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선 시행사나 관리업체에서 관리규약 동의서를 받더라도 집합건물법에 따라 관리단 집회 결의 없이 동의서만으로 관리규약을 적법하게 설정한 것으로 보려면 전체 구분소유자의 5분의 4 이상으로부터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집합건물의 특성상 구분소유자들의 입주시기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입주와 동시에 임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임차인은 관리규약에 동의할 수 없고, 전체 구분소유자로부터 5분의 4 이상의 동의서가 충족되는 시점을 특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있다보니, 또 하나 꼼수를 쓰는게 바로 위탁관리계약에 대한 동의서를 받는 것입니다. 징구하는 방식은 앞서 본 관리규약 동의서처럼 다른 입주확인서류에 끼워 넣는 식으로 합니다. 위탁관리계약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서 설령 자치 관리단이 구성되더라도 관리업체를 바꿀수 없다고 하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또한 법적으로 효력을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 본래 위탁관리계약의 당사자는 개별 구분소유자가 아니라 관리주체입니다. 즉 자치 관리단이 구성되기 전이라면 시행사(분양자)이고, 자치 관리단이 구성되었다면 관리단이죠.

 

 

 

4. 이상의 것들이 꼼수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원래 집합건물의 건축 시행사는 분양자로서 집합건물법 제9조의3에 따라 최초 관리권한을 갖습니다. 이는 사실 권한이라기 보다는 의무인데 이를 자꾸 권한처럼 행사해서 문제입니다. 어쨌든 어차피 집합건물법에 따라 시행사는 건물을 관리할 수 있고 관리업체를 지정하고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하면 됩니다. 굳이 구분소유자들의 동의서 없이도 관리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죠. 즉 관리인을 지정하기 위해 분양계약서에 조항을 삽입한다거나, 관리규약, 관리계약에 동의서를 받는 것은 오로지 자치 관리단 구성을 막으려는 수작 외에는 이유를 찾아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꼼수에 대한 법률적 효력 여하를 판단하기에 앞서서 도대체 시행사나 관리업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부디 이러한 실태와 의도를 판사님들께서도 알아주기를 바래봅니다. 그래도 그나마 이러한 문제들이 점차적으로 논의되면서 집합건물법이 조금씩 개정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동주택법에서처럼 입주민들이 자치 관리단(공동주택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을 구성하기란 여전히 넘어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법무법인 비츠로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그러한 산들을 넘고 넘어 자치 관리단 구성에 성공해왔습니다. 자치 관리단 구성은 언제나 법무법인 비츠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