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 대표변호사 이찬승입니다.

 

 

정책적으로 어떠한 거래 관계를 먼저 보호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국회에서 관련 법령을 제정 또는 개정합니다. 예를 들어 주택 시장 가격의 급등을 막거나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차 법령이나 세법을 개정하는 경우가 그렇죠.

 

그런데 언제나 법령이 선제적으로 제개정 되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법령이 실제 거래 관계를 따라가지 못하다가 그로 인해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커져 결국 제개정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법률은 가장 보수적인 최후의 보루같은 측면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권리금의 경우가 그러하였습니다. 권리금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인들 사이에 관행처럼 인정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상가건물을 임차하여 오랫동안 열심히 중국집을 운영하면서 그 동네 가장 유명한 맛집이 되었습니다. 이제 나이도 들고 더는 힘들어서 중국집을 접으려는데 누군가 나타나 중국집을 인수하고 싶어합니다.

 

 

 

이런 경우 당연히 중국집을 운영하는 상가건물의 임대차계약 관계만 양수할게 아니라 제가 형성한 영업적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영업적인 유무형의 가치를 권리금이라고 칭해왔고 오랜기간 실제 거래관계에서 관행적으로 서로 주고받고 있었으나 이러한 권리금에 관해 법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보호하는 제도는 마땅히 없었습니다.

 

오히려 권리금에 관한 소송이 불거지면 법원은 권리금 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도 그러할 것이 법원은 오로지 법률에 기초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마땅한 근거 법령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 마침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서 권리금을 정의하고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하였습니다.

 

 

 

 

'권리금이란,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라고 정의됩니다.

 

또한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을 종료하더라도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이러한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의무는 매우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어서 단지 피상적으로 보호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어느 의뢰인께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박탈당하여 소송을 제기하고자 방문하였습니다. 사안을 간단히 살펴보면, 의뢰인은 10년 가까이 X건물의 1개 호실에서 식당을 운영하였는데 어느 날 X건물이 통째로 A에게 소유권이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A는 아예 X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미리 X건물의 임차인을 전부 정리하고자 했습니다. A는 의뢰인에게 임대차계약 기간 만료시점에 계약 종료를 통보하였습니다. 의뢰인도 더 이상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권리금만큼은 받고 나가길 바랐습니다. 당연하죠. 그런데 A는 이후로 더 이상 임차인을 받지 않을 것이므로 의뢰인에게 권리금을 줄 수도 없고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통보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어차피 임대차계약을 더 이상 갱신할 수 없는 경우까지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호해주거나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해 줄 필요는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법원은 <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할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음을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의 만료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의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전체 임대차기간이 5(현행 10)을 초과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제10조의4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법 문언에 충실한 해석이다. 오히려 상가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하지 못하더라도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정리하면, 상가 임차인이 더 이상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지(현행 10년 범위) 여부와 관계없이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고, 만약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다음 임차인을 구할계획이 없음을 확정적으로 밝혔다면 임차인은 신규 임차인을 주선할 필요 없이 곧바로 임대인에게 권리금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채 사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경우에 처했다면 반드시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