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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의 부동산전문변호사, 이찬승입니다.
아마도 변호사 업계는 연중 3월이 가장 바쁜 시즌이 아닐까 싶습니다. 각 법원의 동계 휴정기와 인사이동 시기가 겹쳐 연초에 미뤄진 재판 일정이 3월부터 몰리기도 하고, 신규 의뢰인분들도 3월에 부쩍 느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3월 내내 쌓여있는 재판을 준비하랴 찾아오시는 분들 상담하랴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이제야 이렇게 글을 써볼 여유가 조금 생겼습니다.
3월에는 진행 중인 소송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치열하게 싸워 온 소송의 결과인 판결 선고도 있었습니다. 그 중 오늘 소개해드릴 승소사례는 법률적인 내용보다는 너무나도 상처가 컸던 의뢰인분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치유가 된 것 같아 저 또한 보람을 느낀 사건입니다.
대부분의 사건이 소송까지 간 데는 이유가 있게 마련입니다. 특히나 대한민국 국민 정서상 대부분 소송까지는 되도록 안가려는 경향이 있으니 비록 상대방일지라도 ‘오죽하면 소송까지 걸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해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그런 측면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의뢰인 A는 임대인이었습니다. 임차인 B는 임대차기간 만료 5달을 앞두고 A에게 계약을 조기에 종료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유인 즉슨 B가 주택을 매수하여 잔금을 치루기 위해 보증금을 일찍 반환받고 싶었던 것입니다. A는 B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신규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A가 신규 임차인을 구하려면 집을 보여주기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B가 이사 나갈 일정이 확정되어야 하는데, B는 계속 이사 일정을 확정해주지 않았고 집을 보여주는 것도 거부하였습니다. 임대차계약을 조기 종료하려는 쪽은 B였고 B가 신규 임차인을 구해야 했음에도 말이죠.
B가 두 달이 다 되어 가도록 이사 일정을 자꾸 번복하면서 집을 보여주지 않자, 화가 난 A는 B와 언쟁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B는 그 때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서 A에게 법대로 하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이후 B는 A의 모든 연락을 차단하였고 임대차계약기간 종료일 한 달을 앞두고 변호사를 통해 임대차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왔습니다. A는 실로 황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A는 B가 계약의 조기 종료를 요청하여 최대한 빨리 신규 임차인을 구해 보증금을 반환해주려 했음에도 B가 집을 보여주지 않아 신규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한 달을 남기고 다짜고짜 수 억원에 이르는 보증금을 반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A는 B가 너무나도 괘씸했지만 소송만큼은 피하고 싶었기에 서둘러 대출을 알아보았습니다. 다행히 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일부 대출이 가능하였고 보유 중인 현금까지 합치면 B에게 제때 보증금 전액을 반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출을 실행하려고 하자 은행에서는 A의 주택에 B가 아니라 제3자만 전입이 되어 있다고 하면서 B와 제3자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제3자는 다름아닌 B의 배우자였습니다. 어쩔수 없이 A는 B에게 주민등록등본을 요청하였는데 B는 그마저도 거부하였고 설상가상으로 A의 주택에 가압류까지 한 다음 결국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결국 A는 소송이 시작되고 2주만에 제2금융권을 통해 높은 이율의 대출을 받아서라도 보증금을 변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B는 법원에 소 취하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이대로가면 의뢰인 A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려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보증금 반환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했음에도 오히려 대출 실행을 방해한 B에게 소송만 얻어맞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A가 너무나도 억울한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를 대리한 저는 부득이 B의 소취하에 부동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재판부에 A와 B사이에 분쟁이 생기게 된 그간의 상세한 경위와 A가 보증금 반환을 위해 준비해 온 과정, B의 소 제기가 지극히 악의적인 점을 낱낱이 밝혔고, 그렇기 때문에 B는 소 취하로서 무위로 돌아가선 안되고 반드시 패소의 부담을 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사실 재판 과정에서 판사님은 이러한 A의 심경을 헤아려주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쟁을 끝내겠다는데 도대체 왜 부동의하느냐면서 오히려 못마땅해 하셨습니다. 그도 그러할 것이 사실 A가 소 취하에 동의하기만 하면 재판부 입장에서 더 이상 지리한 양 측의 감정 싸움을 보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사건이 그대로 종결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A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마다 수차례에 걸친 준비서면과 의견서를 통해 A의 억울한 심경을 재차, 삼차 토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형사 공판도 아닌 민사 소송에서는 지극히 드문 광경이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B의 패소로 끝나게 되었고, 이로써 B는 패소의 부담, 즉 A에게 발생한 소송비용을 일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의뢰인 A의 감정 소모가 심했던만큼 사건을 담당한 저 또한 소송을 진행하는 내내 심적으로 여간 편치 않았는데 다행스러운 결과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토록 밝히고자 했던 상대방의 소 제기가 지극히 악의적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인정받은 것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민사법에는 신의칙이라는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민사 관계에서 발생하는 소송 또한 신의칙을 따라야 합니다. 쉽게 말해 싸울 때 싸우더라도 정당하게 싸워야 하는 것이지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을 그 도구로 삼아서는 결코 아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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