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시각으로 보는 '제소전 화해'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비츠로의 부동산전문변호사, 이찬승 변호사입니다.

 

부동산 임대차관계에 있어서 제소전 화해를 하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3년 간 전국 각 지방법원 등에 접수된 제소전 화해 사건은 매년 11,000건을 넘습니다. 과거에는 여러 부동산을 임대하는 업자들이 주로 해왔으나, 지금은 소규모 임대인들도 제소전 화해를 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 제소전 화해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 입니다. 임대차계약 종료(기간 만료 또는 해지 등) 후 임차인이 아무런 손해나 문제없이 나가서 다른 임차인과 곧바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무렵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는 실로 비일비재합니다.

 

임차인이 법률상 퇴거, 명도(임대차목적물을 비우는 것)해야 함이 분명하다 하더라도, 제 발로 나가지 않고 버틴다면 임대인 입장에서 임의로 내쫓거나 집기를 드러낼 수는 없고 반드시 소송을 통해 임차인이 퇴거, 명도 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어낸 뒤에서야 해결(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때까지 임대인은 임대차목적물을 통한 수익을 제대로 얻을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편 임차인의 퇴거, 명도 거부가 당연하고, 오히려 정당하고 유일한 방어 수단인 경우 또한 많은데, 특히 과거에 비하여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들이 계속해서 정비되면서 이제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쫓겨나듯 나가게 되는 임차인의 경우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임차인 또한 소송으로 해결되기 전까지는 임대차보증금이 묶인 상태이고, 현실적으로는 임대인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임대차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이렇듯 제소전 화해는 소송을 통한 비용과 시간 낭비를 피하고자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행하는 예방적 조치로서, 임대인, 임차인 모두의 이익이 고려되어야함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실상 제소전 화해를 고려하는 쪽은 거의 대부분 임대인 측이고, 변호사에게 제소전 화해 사건의 의뢰를 해오는 것도 임대인이기 때문에 제소전 화해의 내용 또한 임대인의 권리보호를 중심으로 작성되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임대인이 여전히 갑의 위치라 할 수 있는 실상에서는 임차인에게 계약 체결(또는 갱신)을 빌미로 제소전 화해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경우 대다수의 임대인은 임차인 측 변호사를 선임해주겠다고 하지만, 그 변호사가 진정으로 임차인의 이익을 고려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실상 그 변호사의 의뢰인은 임대인인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임차인은 구체적인 내용도 잘 모르고 아무런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화해가 성립되어 임대차계약 종료 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이제는 법률적으로도 별다른 구제 수단 없이 쫓겨나듯 나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임차인 또한 반드시 임차인 입장에서, 임차인의 이익을 보호해줄 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해야할 것입니다. 임대인의 주선 하에 이루어지는 형식적인 변호사 선임이 아닌 임차인이 주체가 되어서 자신의 법률대리인을 선임하여야 합니다. (만약 임차인이 나서서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하는 것까지 임대인이 문제 삼는다면... 그러한 악질 임대인과의 계약은 피하는 게 좋겠지요^^)

 

또한 그렇게 실질적으로 임차인을 위하여 선임된 변호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제소전 화해는 원만한 계약 체결, 계약관계 유지를 전제로 하므로 임대인 측과 얼굴을 붉히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최대한 임차인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소전 화해를 요구하는 임대인에게, 스스로 법률대리인을 선임하여 임차인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으시기 바랍니다.